한겨레 21일에 기고된 박노자의 발해에 관련 내용을 대충 스캐닝 해봤는데, 사실 그의 학문적 진정성은 의심하지 않는다, 나름대루 순수한 면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 역사를 보는 그의 사관이다.

당시 발해와 신라는 팽팽한 대결을 했고 신라가 발해를 오랑캐 라고 비난을 했다고 해서 양측이 민족의 동질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하는 건 굉장히 무식하거나 아니면 서양인으로서 가지는 그의 한계성일 것이다.

첫째 서양 정확히는 유럽은 근대 이전까지 민족주의 개념 그 자체가 없었다, 더욱이 2차 대전의 참화가 독일 민족주의의 결과로 발생했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박노자의 우려는 어쩌면 한국 고대사의 진실 여부보다는 민족에 대한 끔찍한 알러지 반응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착각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는, 그가 우려한 유럽의 민족주의는 전쟁을 발화하고 제3세계를 착취하는 제국주의의 모태가 되지만, 아시아의 민족주의는 그런 열강들의 착취와 침략에 대항하는 정신적 모태인 것이다.

베트남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단지 전술적인 면이 아니라 민족주의적 결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즉 아시아에 있어서 민족주의를 부정적으로 비난한다면 그건 역으로 아시아를 침략한 서구 열강의 식민논리를 찬양하는 왜곡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에서 좌파들이 민족에 대해 과도한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열등감의 대한 표출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선배인 독립투사 좌파들은 철저하게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항일 투쟁을 했기 때문이다.

즉 오늘날의 좌파의 계보는 항일투쟁의 빛나는 역사적 전통성을 얻지 못했고, 실상은 독재정권에 대항하는 우파인 부루조아 지식 계층의 곁가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들 무늬만 좌파인 지식 부르주아는 일제 식민지 시절 민중을 착취하던 지주의 권력적 기반을 그대로 이어받았다고 본다.

그러니 항일 투쟁의 기반이 되는 민족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박노자가 언급한 민족은 이처럼 아시아의 반제 반식민지 정신의 근거로서 아니라 독일 히틀러의 국가 패권주의적 경향으로 한국 민족사를 해석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착각인 것이다.

독일의 침략으로 수천만명이 학살된 러시아인으로서 박노자의 우려는 십분 이해가 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는 독일인이 아니며 동북아 역사는 독일의 역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시아의 역사는 아시아의 눈으로 봐주길 바라는 바이다.

그것이야 말로 박노자가 말하면 다양성의 시작이 아닌가 생각한다.

 
부채도사 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