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병에 걸렸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병에 걸렸다.
주위에선 아주 큰 병이란다. 치료제도 개발되지 않은 큰 병......
그렇다면 나는 중환자란 얘긴데 주위에선 나에게 짜증을 내곤 한다.
발병의 원인도 모르겠다.
언제부터 시작된 병인지도 모르겠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초등학교 입학 얼마전인 듯 하다.
'어린이세계동화전집 전50권'을 선물로 받았다.
책이 50권이나 되다니..... 가슴이 쿵쾅거리는데 어찌 잠을 잘 수가 있었겠는가.
매일매일 읽어 나갔다.
첫째권을 읽고 둘째권도 읽고 셋째 넷째.......
초등학교에 입학하고서도 반복해서 읽었다.
책제목만 대면 거의 외울 정도의 수준까지 도달했다.
(어린애들은 장난감도 중요하지만 책만큼은 애들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중요한 것이다)
(이건 순전히 나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것과도 타협은 없다)
지금도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새빨간 케이스와 옅은 분홍색 하드커버로 된 동화책.
동요, 동시, 인물, 모험, 전래동화, 이솝우화 등등 대부분의 아동용 얘기 거리는 모두 있었다.
너무너무 소중하고 아끼는 책인지라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빌려줄 수가 없었다.
정확히 50권이 들어가는 책꽂이에 있는 책 들 중에 한 권이라도 빠져있는 것을 어찌 상상할
수 있으리요.
아마 이때부터 책에 대한 나의 결벽증...
앞서 말한 그 고치지 못 할 병이 시작된 게 아닌가 한다.
내겐 3년 터울인 여동생이 있다.
어릴 때 그녀는 나보다 빠르고
무척 강했다.
특히 머리통이 나보다 훨씬
딱딱해서 서로 박치기라도 하면
혹 달고 눈물을 글썽거리는 쪽은
언제나 나였다.
한 여름 잘 익은 수박이 쪼개지듯
내 머리통이 그리되는 건 아닌지
그녀와 박치기 할 땐 늘 조마조마했다.
초등학교 시절.....
동생과 나는 먹거리, 장난감 등을 가지고
언제나 티격태격 하는 사이였다.
대부분 내 뜻대로 되는 분위기였고
동생은 그걸 몹시 억울해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날도 뭔가를
갖고 서로 아웅다웅 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동생이 내 방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나보고 따라오라면서......
나는 내 동생이 미친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그토록 내가 아끼던 '어린이세계동화전집 전50권'을 책꽂이에서 마구 빼내 집어던지는 것이 아
닌가??
그러면서 동생이 소리쳤다.
"모두 내 맘대로 할꺼다~~~ 싫으면 이 책 다 찢는다아아~~~"
그 때의 내 심정은 '책 대신에 차라리 나를 찢어다오' 가 정답이다.
"알았어 제발~~~ 니 맘대로 하고 내 책 좀 그만 괴롭혀라~~~ 제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가장 큰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그 시간 이후부터 참 오랜 나날을 동생에게 눌려지낼 수밖에 없었다. (징한 것...)
같이 있다가도 동생은 지 맘에 안들면 말이고 뭐고 필요 없었다.
'후다닥~~~"
무조건 내 책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나는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뒤 ㅤㅉㅗㅈ아 가고.....
참고로 내 여동생은 초등부 시절부터 중등부에 이르기까지 단거리 육상선수였다.
하여튼 조낸 빠르다.
내가 제일 두려웠던 건 집이 아닌 동네어귀에서 놀다가 동생과 의견이 엇갈릴 때다.
'후다닥~~~"
간신히 ㅤㅉㅗㅈ아와 내 방에 들어설 땐 그야말로 나에게는 지옥이 따로 없었다.
나의 사랑하는 책들이......내가 순서에 맞게 내방식대로 꽂아둔 나의 책들이......
몽땅 뽑혀지거나 방바닥에 패댕기쳐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은 엎드려 신문을 보고 있을때면 또 그녀가 슬슬 다가온다.
"야~~ 뭐 하냐??" 그녀는 오빠라 부르지도 않고 늘 '야~~' 다. 모두에게 '야~~' 라고 한다.
"신문 봐"
내 얼굴밑으로..... 다시 말하면 보고있던 신문위로 맨발인 그녀의 발등이 보인다.
그리곤 '지지직' 발가락을 오무리면서 보던 신문을 찢고는 그대로 튄다. (망할 것...)
이러쿵저러쿵 항의할 처지가 못된다.
'후다닥~~~' 이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좀 커서는 용돈 안 준다고 '후다닥~~~' 협박을 몇 차례하곤 했다.
고등학교 이후로 그녀는 내 책을 건드리지 않았다. 행복했다.
하지만 행복은 잠깐이었다.........
동생이 아닌, 이제는 나 스스로가 나를 괴롭히는 걸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을 살 건지.....어떤 책을 살 건지는 무의미했다.
서점에 갈 때는 이미 사야할 책 목록이 내 머리속에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다.
문제는 사려는 책을 보는 순간부터이다.
서점에서 책을 살 때면 내가 지닌 모든 신경과 감각을 총동원하여 같은 책을 비교하기 시작했
다.
제본의 문제점은 없는지....
인쇄는 잘 되었는지............
구겨진 곳은 없는지............
풀칠은 잘 되었는지............
양장본 말고 하드커버가 혹시라도 출간되었는지 직원에게 확인절차도 빼먹지 않는 철저함.
책 한번 사려면 같은 제목의 책을 모조리 들쳐내서 여러차례 비교해 봐야만 살수가 있었다.
대 여섯권 정도를 살 때면 지쳐서 배가 다 고플 지경이었다.
그래서 요즘은 인터넷구매도 몇 번 해 보았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를 다 떠나서 서점에 직접가서 사는게 더 멋지고 매력적으로 느낀다.
사서 고생하는 이 고통이 언제쯤 끝날지 그건 나도 모르겠다.
지금도 내 책을 빌려달라는 사람이 있으면 그 때마다 주저주저 하게 된다.
책을 빌려주기보다는 선물로 사주는 걸 선호한다.
또한 나 자신이 읽고 좋았다고 생각되면 이를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주고 싶어한다.
그 책이 그 사람의 관심분야라면 선물로 주기도 한다.
반대로 내가 책 선물을 받게되면 어쩔줄 모르고 우왕좌왕하게 된다.
내게 책을 선물한 사람에게는 무척이나 고맙고 행복함을 감출 수가 없다.
하지만 예정에 없던, 내가 알지 못했던 책일 경우에는 책꽂이 어디에 꽂아야 할 지를 갖고 여
러날을 고심하게 된다.
그런 나를 보는 주위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길 꿈꾸곤 하지만 상대방들은 항상 나보다 쎄다.
책을 함부로 다루는 사람들을 볼 때면 나는 늘 고개를 돌렸다.
책과 나 자신이 동일시되는 착각에 빠져 가슴이 늘 아팠기 때문이기도 했다.
다음은 책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볼 때의 솔직한 나의 심정이다.
단, 남이 소유한 책이 아닌,
내가 소유한 나의 책에 대한 나만의 심정임을 미리 밝혀둔다.
① 책을 받침대용으로 그릇을 놓거나 커피잔이 놓인 것을 보면 내 몸에 담배빵을 놓은 듯한
아픔을 느낀다.
(그 아픔을 그 사람에게 꼭 전달해 주고 싶다.)
② 책에 절대로 낙서나 밑줄을 긋지 않는다. 대신에 포스트잇이나 간지를 활용하여 메모를 해
놓는다.
(몸에다 줄 그면 좋나??)
③ 눕거나 또는 엎드려서 책을 읽지 않는다. 또한 책을 볼 때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책이 더럽혀 지거나 상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④ 자기가 읽은 페이지를 접는 넘을 보면 냅다 달려가 그 넘을 접어주고 싶다.
특히 무협지 보듯이 책을 한 손으로 반을 접어서 읽는 넘을 보면 그넘 역시 반으로 접어주
고 싶다.
⑤ 책을 읽다가 전화라도 오게되면 읽던 페이지를 그대로 펼쳐서 엎어놓는 넘 이 있다.
(그 넘 역시 달려가 엎어놓고 조낸 패주고 싶다.)
⑥ 내 방 책꽂이에 있는 책 위에는 찢어낸 세로로 자른 달력이 덮혀있다. (먼지를 막기 위해서
다.)
⑦ 가끔은 책 윗 부분을 정성스레 닦기도 한다. (혹시 먼지가 묻었을까봐 그런다 왜??)
⑧ 가끔은 책을 주루룩 들쳐 보기도 한다. 그러면 구입한 영수증이 숨어있는 걸 발견할 때가
있다.
(돈은 넣어두지 않는다. 그녀에게 여러번 당했다.)
⑨ 책을 구입하고 받은 영수증은 반드시 책 갈피속에 넣어둔다.
그 영수증에는 구입한 날짜와 시간 그리고 어디서 구입했는지가 인쇄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면 구입할 당시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기억할 수 있다는 건 행복하다.
가끔은 이런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종로에 위치한 '교보문고' 나 '영풍문고'를 아침 일찍 방문한다. 그리고.......
'쇼핑카트'를 밀고 들어가서 사고 싶은 책들을 몽땅 쇼핑카트에 담아서 사오는 거다'
생각만 해도 몸이 찌릿찌릿해 온다.
아~~~ 언제쯤 이걸 해 볼 수 있을까??
죽기전에 꼭 해보고 싶은 몇 가지 중에 하나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쭈~욱 다시 읽어보았지만 내가봐도 증상이 심하다는 걸 잘 안다.
내 동생에게 약값이라도 청구해야 될까 고민중 이다.
왜냐하면, 얼마 전 동생집에서 벌어진 일 때문이기도 하다.
"삼촌 지금 뭐 하는 거야??" 여자조카애가 다가온다. (지엄마 판박이다. 붕어빵이다)
"삼촌 신문 봐"
"메~~롱~~~"
과거 눈에 익었던 발등이 신문위로 들어와 발가락이 오무려지고는 신문을 찢고 냅다 튄다.
' 내가 왜?? 어째서?? 2대에 걸쳐 이걸 당해야만 하는 걸까?? '
저녁식사 중 조카의 '위대한 대를 이은 행동' 과 그 애 엄마의 어릴 때 일들을 얘기하면서 나
는 웃고 떠들었다.
'정말 내가 몹쓸 병에 걸린 걸까??'
'그녀에게 약값이라도 보태 달라고 말해야겠지??'............(퍽!! 퍽!! 퍽!! 으윽......)
2006년 9월 25일 월요일 (쏭청요우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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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일본 최고의 독서가' 인 '다치바나 다카시' 에 대한 그의 3층 짜리 서재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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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빌딩'이라는 3층 건물 전체가 그의 서가로 꾸며져 있다.
그는 매일 수십 쪽에서 수 백 쪽에 이르는 분량의 책을 끊임없이 읽는다.
그는 뛰어난 그의 독서능력 및 독서가 단지 책읽기에서 멈추지 않고 생산적인 글쓰기로 이어
지는 탁월함이 있다.
무지하게 부러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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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그림설명 이다.
① 서재 3F 사진
② 서재 3F 도면
③ 서재 2F 도면
④ 서재 1F 도면
⑤ 서재 B1F 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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