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좀 더 벌어보겠다고 잘나가던 신발가계를 이모에게 맡기고 전북 무주군 부남면 대소리의 양조장(막걸리공장)을 인수하여 온 가족이 이사를 간 때가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양조장을 해보자는 게 아버지 제의였는지 어머니 제의였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내 생각엔 아마도 어머니가 먼저 아버지께 말씀을 드렸지 않나 생각한다 그만큼 어머니는 낚시질로 세월이나 축내는 아버지가 불안햇던지 6남매를 키우기 위해선 돈을 벌어야 하지 않았을까.....

결국!! 내가 태어난 중도리 348번지 집을 처분하고 신발 가계도 이모에게 일단 처분하고 전 재산을 양조장에 인수하여 부모님은 사업을 시작하셨다 그 해 전에 난 형과 대전으로 유학을 간 상태였고......

방학이 되면 고향 금산으로 가는 길이 온통 설렘과 기쁨, 그런것들이 교차하면서 나의 마음을 감성적으로 만들었는데 .....이젠 방학을 하면 금산으로 가는 대신에 무주 부남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한다는 게 어린 마음에도 좀 이상한 생각이 났던지 밝은 표정은 아니었나 보다

잊지 않을 기억이 하나 있다

4학년 여름방학 때.....큰누나와 함께 무주 부남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대전에서 무주까진 별 탈 없이 왔는데 무주에서 부남가는 버스 안에서 멀미가 나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고통이었다 토할듯 말 듯 하는 느낌이 사람을 골로 보내는 듯한 기분이었다

거의 탈진한 상태로 부남에 도착했고 마중나와 계시던 어머니는 그런 내 상태를 보자 깜짝 놀라시곤 당신의 등에 업고는 경보 선수 저리가라 할만치의 걸음으로 집에 데려다 누이시곤 잠시 후, 뭔가 검은 물을 가져오시더니 마시게 하셨다

어머니가 주신 약물을 먹고 30분 쯤 지나더니 비로소 속이 편해지고 난 잠이 들었다 내 기억 속 한토막엔 늘 그런 풍경들이 잊지 않고 늘 자리잡고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어머니가 내게 준 약물은 홍삼경옥고에 꿀을 넣고 만든 것이었다

그렇게 부모님은 부남에서 막걸리 공장을 5년 하시고 다시 금산으로 돌아와서 이모에게 신발 가계를 다시 받고 새 집을 구할때까지 가계에 딸린 방에서 생활을 하시었다 막걸리 사업은 성공적으로 하신걸로 기억된다 그렇게 어머니는 6남매를 남부럽지 않게 기르기 위해서는 그토록 억센 생활력을 가지고 계셨다

그러다가 금산시장 가까이에 있는 새 집을 구하셨다 바로 내가 오늘까지 살고 있을 이 집이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대 구한 집이니......거의 35년을 이 집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이 집을 난 내일이면 떠난다 이사를 가는 것이다

부모님 체취가 묻어있는 이 집을 떠난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떠나야 한다 언제까지나 과거에 잡혀서 소중한 시간들을 흘려보낼 순 없으니까. 지나간 것들은 소중하지만 다가올 미래가 더 소중하고 현재가 더 가치있는 법이다 현재를 사랑하지 않으면 과거도,미래도 무의미하기 때문에....

오늘은 자질구레한 것들을 정리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남길것은 남기고 최소한의 짐만 가져가려고 한다 물질에 가치를 두지 않는 내가 웬 물건들이 이리도 많을까.....버리고 버리는데도 계속 나오니 알수가 없구나 그래서 오늘도 더 버려야겠다 나는 법정스님 따라가려면 아직도 멀었나 보다

이제 진정한 홀로살기가 시작된다

그래서 못쓰는 필력이나마 10일부턴 나의 홀로살기 기록을 남겨 둘 생각이다 서정윤 시인은 시집 홀로서기 에서 인간은 홀로서기를 통하여 무궁한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고 역설했지만 난 홀로살기를 통해서 고요한 삶을 통한 禪道의 길을 찾아 여러분들에게 아니, 보나세를 찾아오는 분들에게 제시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