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준아.

단군 할아버지 마을에서 편안히 지내고 있는지.....보고싶다!!

운명의 그 날....

1994년 9월 28일, 성민이에게서 연락이 온거야

- 성준이가 교툥사고로 대전 성모병원에 입원 -

그야말로 청천벽력 이었지. 오랜 대전생활을 청산하고 네가 고향 계진리 집으로 돌아와서 형님의 건설회사에 다니면서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자 난 너무나 신이났었지

난 거의 날마다 통닭이나 족발 등을 사들고 계진리 너의 집으로  나의 애마를 몰고 달려가서는 너의 집 대청마루에 앉아 밤이 늦도록 너와 너의 아내와 3살짜리 귀여운 아가와 맛깔나는 술판을 벌였던게야

내 인생에서 그토록 재미나고 신나라 했던 기억이 처음일 정도로 네가 고향으로 돌아오니 난 물 만난 물고기마냥 살판이 난거지. 그때만큼 행복하고 즐거웠던 추억은 없었다

네가 부모님 집을 수리하고 집들이 할 때 일단 나 혼자만 초청했을 때 나는 집들이 선물로 뭘 줄까 고심하다가 붓글씨를 써서 표구하고 가져갔지 지금도 기억하고 있지 그 글의 내용을?

                   - 자네집에 술익거든 부디 나를 청하소서

                      초당에 꽃이 피거드란 나도 자네 청하옵세

                      일백년간 시름없는 일 의논코자 하노라 -

이 글귀를 정성껏 써서 표구로 만들어 선물로 가져가자 너의 부부는 엄청 좋아라 했지. 표구를 들고 나 다운 선물이라며 파안대소를 하던 너의 웃는 얼굴을 죽어서도 잊을 수 없다

그렇게..........나는 거의 날마다 안주거릴 싸들고 너의 집으로 달려가는 것이 마냥 좋았다. 진악산 밑 계진리마을......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에 아늑하고 조용하고 전형적인 시골풍경이 내 마음을 흡족하고 평화롭게 해주었었다

청명한 가을 하늘의 10월을 며칠 남겨둔 어느 날......

나는 그 날도 안주거릴 싸들고 너의 집으로 달려가서는 즐겁게 마시고 재미있게 이야기 나누며 평소처럼 밤 1ㅔ시 경에 집으로 돌아와서는 그대로 쓰러져 잠들었지 그런데 ........

다음 날 점심 무렵에 대전에 있는 성민이 한테서 연락이 온거야 네가 교통사고로 성모병원 중환자 실에 있다고.......내 정신은 아득한 천애 절벽으로 다이빙을 하는 느낌이었다 무슨 소리냐고.......무슨 소리냐고......어젯밤에 나랑 코가 비뚤어지도록 술을 마셖는데 네가 왜 대전 병원에 누워 있는거냐고......

정신을 수습하고 대전 성모병원엘 갔더니 너의 부모님 형님들, 성민이 대규 얼굴이 제일 먼저 들어왔다 거기 병원 침대에........너는 미라처럼 온 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전기장치 같은 선에 연결된 채로 누워있었던 게야

'성준아, 네가 왜 여기 누워있어' 목 안에서 말이 빙빙 돌 뿐.....도무지 꿈인지 현실인지조차 분간도 안되어서 나는 더 보질 못하고 병실을 박차고 병원 앞 아무 식당으로 들어가서 소주만 연신 마셔댔었다

뒤이어서 성민이와 대규가 따라들어왔지만 우리 셋은 입을 열지 않고 술잔만 작살낸거야 성민이가 네 안사람에게 들었다며 내게 전해준 말을 다음과 같았다

네 집에서 술판을 끝내고 내가 돌아가자마자 대전에서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었다는군 너에게 할말이 있다면서 오라고 했다는군 당연히 너의 부인은 말렸지 나랑 술까지 마셨는데 음주운전은 절대 안되니 내일 가라며.....허나 네가 고집을 피웠던 게야 너는 괜찮다며 아내를 달랜 후 차를 몰고 대전으로 가서 친구를 만나서 또 한잔을 했다는게야

그리곤..........새벽 3시 경에 금산으로 돌아오다 마전 근처에서 가로수 나무를 들이받고 .......119 구급차에 의해 병원으로 실려간 것이고.....성민이가 해준 애기를 듣고 나는 몸을 떨었다.

그 날 , 내가 하루만 참고 술을 안마셨다면.........아무 일 없었을텐데.....그러나 뒤늦은 후회같은 건 아무 소용도 없었다.술에 흠뻑 취해서 어떻게 금산으로 돌아왔는지  기억도 가물하다 그리고 일주일 후.....네가 계진리 집으로 왔으니 오라는 성민이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가보니 너는 안방에서 수의를 입고 누워있더구나

내 몸 반쪽이 무너져 내렸고.........그대로 주저앉아 오열하는 일 외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네 안사람은 현실감이 없었는지 그냥 멍 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거의 날마다 너의 집으로 술을 싸들고 간 내가 죄인이었다 무슨 낮으로 네 부인 제수씨 얼굴과 딸아이 얼굴을 보랴!

겨우 정신을 차리고 네 방으로 들어가서 소주만 드립다 퍼마시며 눈물만 흩뿌렸지 그리고 내가 표구해서 선물로 준 붓글씨에 눈길이 가자 더 서러움이 복받쳐왔다 나의 벗이 진정 떠났는가...그런 생각을 하니 너무나 기가 막혀서 명 ~~한 얼굴로 술만 마셔야 했지

성준아.

너의 무덤앞에서 내가 맹세한 거 알지? 난 운전만은 절대 배우지 않으리라는 것....어차피 나의 애마로 금산 전역은 물론이며 가까운 무주나 영동으로도 나갈 수 있으니 이 상처가 가라앉지 않으면 절대 운전은 배우지 않으리라는 다짐......

그런데........운전면허가 필요하게 생겼어 네 무덤 앞에서 한ㅁ 맹세를 끝까지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만 너는 이해하겠지? 돌아오는 따뜻한 봄날엔 나 시험봐서 면허증 따야해. 이유는 너도 잘 알겠지? 거기서 다 보고 있을테니까 말야.....

성준아. 나의 영원한 벗아.

세월이 갈 수록 네 무덤을 찾는 일이 뜸해지지만 넌 알거야 나의 마음을 ....그리고 내가 가는 길을 지켜줘. 항상 내 곁에서 나를 보호해줘. 내가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을 위해 헌신하고 밝은 미소만 짓고 살다가 가게 해줘 그렇게 해줄거지? 난 너를 믿으니까! 

단군 할아버지 마을에서 잘 지내. 언젠가는 다시 만나리!! 한번 맺어진 인연은 영원하니까 말야 그렇지? 사랑하는 벗아..... 진악산 눈이 녹고 꽃이 피면 성민이랑 너에게 한번 갈게 막걸리와 대구포면 충분하지? 그리고 하나뿐인 네 딸이 잘 성장하도록 지켜줘야 해...

외로워 하지마 넌 내 가슴에 영원히 살아있잖아 이렇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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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한 너의 벗 무심코가 -